상상 그 이상의 ‘증강현실’ |
2018년 우리의 미팅문화는 어떻게 바뀔까?
카페에 마주앉은 초식남 A군과 건어물녀 B양의 초면 대화를 상상해보자. “인식 좀 해도 실례 안 될까요?” “예. 원하시면.” B양이 살짝 목례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상대방 얼굴을 비추자 화면에 바로 A군의 신상정보 이미지가 뜬다. 성명 이대박, 나이 32세, 2012년 한국대 경영학과 졸, SX 마케팅부 대리, 2016년 아프리카 마다카스카르 학교 지어주기 참가...정보인증 구글 퍼셉션. “마다가스카르에 학교 지어주기? 음 훌륭하시네요. 저는 방콕 족인데. 초식남씨는 왜 절 인식안하세요? 제가 인식도 안 될 정도로 보이나요? 저도 구글 인식서비스 가족이라구요. 힝.” 이상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이 만들어 낼 미래의 미팅문화를 그려 본 것이다. 증강현실은 1990년 보잉사의 톰 코델(Tom Caudell)이 항공기 내부 설계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와 가상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 기술에서 비롯됐다. 이런 시도들은 올드 미디어(old media)에서도 부분적으로 드러났다. 얼마 전 방영했던 TV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는 장면을 보강해주는 별도 컷이 삽입되거나, 실사 컷과 만화 컷을 병행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이처럼 현실의 부족한 점을 보완, 증강하려는 다양한 시도 중의 하나가 증강현실이다. 2010년 현재 증강현실 기술은 건물의 밖에서 내부를 보여주거나, 잡지 표지에 나온 모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정도다. 63빌딩 앞에 서서 스마트폰에 건물을 인식시키면 외부 모습뿐만 아니라 내부의 수족관, 아이맥스 등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들이 영상메시지로 동시에 제공된다. 또 일부 글로벌 패션잡지들은 표지에 코드를 삽입해서 소비자가 입력장치에 그 코드를 인식시키면, 패션모델이 실제로 다양한 옷을 입고 말하고 걷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증강현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한 종류지만 현실과 강하게 융합돼 그 영향력과 친화력이 크다. 증강현실은 플라톤이 말했던 이데아를 꿈꾸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작은 이데아다. 그러므로 매력적이다. 그럼 또 한 번 증강현실의 가까운 미래로 가보자. 이번엔 기업마케팅과 산업현장으로. 2017년 2월 YTN에서 방송된 증강현실 내용은 이럴지도 모른다. “증강현실 시리즈 1차 방송입니다. 미디어리서치에 의하면 증강현실이 일반화되면서 기업 AR광고비가 2016년 기준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총 광고비의 15%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가 2050년대로 가정한 현실이 35년이나 먼저 구현되는 셈입니다. 방송국, 신문들이 경쟁적으로 AR콘텐츠 사업에 뛰어들면서 현재 AR콘텐츠 등록업체만 100개를 넘고 있습니다. 시장의 23%를 점유한 모 결혼정보회사는 중국, 인도,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했는데, 그곳의 사회신뢰지수, 문화적 차이로 시장개척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중국 이용자의 거짓정보 제공이 30%에 달한다는 비공식자료가 입수되었고, 한 결혼정보회사는 현재 50억 수준의 피해배상 소송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AR의 명암, 베이징 000특파원 연결합니다.” ● 인식의 확장, 증강현실 캐나다 미디어학자인 마샬 맥루한이 1964년에 쓴 ‘미디어의 이해-인간의 확장’에서 ‘기계는 인간의 확장이고 미디어는 마사지다’라고 지적했는데, 미디어의 마사지 효과는 증강현실에서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증강현실은 하이패스처럼 전파를 통해 정보를 원격 인식하는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기술과 GPS기술 발전에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앱스토어 서비스기능이 등장하면서 만들어낸 인식기능의 확장이다. 이 기술은 앞의 두 가지 예화에서 보여주듯 개인이나 집단정보에 대한 인식서비스, 광고, 교육 콘텐츠, 여행, 게임, 쇼 비즈니스, 방송 콘텐츠 등으로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으며 점점 더 확장될 것이다. 현재의 IT리더들은 앞으로 가장 유망한 앱스토어 사업 분야 중 하나로 이 증강현실 기술 및 서비스를 꼽고 있다. 기업에게는 위기면서 황금알을 잡을 수 있는 기회의 산업이다. 물론 긍정적인 것만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용자나 지성의 측면에서만 살펴보자. ● 증강현실의 부작용 기술은 본질적으로 중립적이다. 그걸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이 되기도, 악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응용이 가능한 대인인식 증강현실은 성추행범, 흉악범 인식이나 습관적 사기전과자들을 가려내는 데는 전자 팔찌나 지문인식보다 탁월한 효과를 내겠지만 스팸메일처럼 프라이버시 침해나 거짓정보 범람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인간의 기억력이나 사고력, 상상력에도 영향은 불가피하리라 본다. 노래방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가사암기와 음미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켰고, 내비게이션은 사람들의 거리 인식과 방향 감각능력을 약화시켰다. 검색포탈이나 위키피디아가 지식의 넓이 확장에는 기여했지만 깊이 있는 지식은 아직 만들지 못하는 것을 보라. 요즘의 ‘모르면 포털에 물어 봐’처럼 증강현실은 ‘들이대면 다 나와’ 경향을 심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이고 트렌드이고 경제의 밥줄이 될 증강현실을 마냥 거부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에게 거부의 대상이 아니라 도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식의 쇠퇴’에서 생각하는 힘을 상실해 가는 일본의 젊은층, 관료, 언론인들을 비판한 일본의 석학 오마에 겐이치. 그는 인터넷의 부작용에 대해서 언급하는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인터넷 없이 살 수 있나? 부작용을 찾기보다는 집단지성이나 동시성, 소통 능력 같은 장점을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말한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균형을 잡는 능력과 집단지성이 있다. 집단지성이 기술에만 몰리는 이 불균형 현실을 다만 우리 스스로의 생각하는 지성으로 경계할 수 있다면. 증강현실은 세계 경제와 지성에 또 한 번의 도전이 될 것이다. 글 : 황인선 KT&G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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